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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여행 2편: 천문산은 가는 길부터 이미 드라마가 시작된다

바쁜누나 2025. 12. 5. 19:56

사진.바쁜누나

1. 천문산으로 향하는 길, 이미 드라마는 시작됐다

천문산은 정상에 서기도 전에 이미 ‘여행의 절정’을 예고하는 산이었다. 버스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산길은,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든 도로가 맞나 싶은 기울기와 커브를 자랑했다. 차가 돌 때마다 창밖 풍경은 새로웠고, 고도가 올라갈수록 감탄과 긴장의 비율도 뒤바뀌었다.
옆자리 중국 아주머니는 버스가 끝도 없이 이어진 구비진 길을 돌때마다 이방인인 나에게 피해를 주지않으려는지 꼿꼿이 앉아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셨고, 말이 안통하지만 눈빛이 통하는 우리는ㅋ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 안전벨트가 되어 아주머니를 안쪽으로 잡아당겨 드렸다. 아주머니 팔을 잡아드리고 서로 몸을 기울여가며, ‘이상한 동료애’ 같은 게 공간 안에 생겼다.
그때 멎적음에 아주머니를 보며 내가 수줍게 입을 뗐다. 
“워시 한궈런!” ㅎㅎㅎㅎ 챗gpt랑 오기전에 중국어 연습한게 써먹을데가 있군 ㅋ
그 말을 하자 아주머니 표정이 눈부시게 풀렸고, 우리는 서로 고개 끄덕끄덕하며 갑자기 같은 팀이 되어 있었다. 천문산은 풍경으로 압도하기 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해버리는 힘을 가진 산이었다.

2. ‘끝날 것 같지 않은’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아니라 인내의 문제였다

천문산에 도착하면 모두가 말하는 포인트는 ‘장관’이지만, 나는 먼저 에스컬레이터의 실체에 감탄했다.
빠르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 느리다.
그래서 더 길게 느껴지고, 더 다리가 아프고, 더 지루하다.
이게 웃기지만 사실이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처럼 싹 올라가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산 내부 깊숙한 굴을 따라 한참을 끌려 올라가는 기분.
“아, 천문산은 풍경뿐 아니라 인내심까지 시험하는구나.”
그냥 가만히 서서 가는 것도 곤혹이다. 아 지루해. 전화도 잘 터지지않아. 그런데 또 중간중간 한번씩 끊어지니 한눈 팔고 방심하다가는 앞뒤로 긴 이 줄에서 대형사고 발생할수도. 그러니 긴장감을 아주 늦출수도 없는.

아침일찍부터 서둘러서인가.. 이 와중에도 눈이 감긴다 ㅎㅎㅎㅎ 꾸벅꾸벅!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린다 톡톡. 

에스컬레이터 끊기는 지점.. 조심하고 앞으로 가라는 신호다. 땡큐! 하고 인사를 하고나서 

정신차리고 한번 더 인사를 한다. '씨에씨에'. ㅎㅎ 아 그렇게 중국인 청년 '윈'과 우리는 몇분 친구가 되었다. 

번역기를 통해 서로 주고 받는 대화 ㅎㅎㅎㅎ 스무살 배낭여행이후로 또 이런 기분 오랜만이네. ㅎㅎㅎ 

이 친구는 그때 나의 기분인가보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영어공부 더 열심히 해둘걸 그랬다'고 아쉬움을 남기며 

손인사를 몇번이나 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에스컬레이터는 천문산의 풍경을 보기 전, 그 거대한 산의 시간감각을 먼저 체험하게 하는 장치 같았다.

 

3. 천문산은 장가계의 ‘대표 중의 대표’였다

천문산에 서 있는 순간, 나는 왜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말 그대로, 압도.
어떤 단어도 이 감정을 온전히 담기 어렵다. 풍경이 커서가 아니라, 자연이 가진 기세가 사람을 그대로 아래로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이드의 설명처럼, 천문산은 장가계에서 부수적인 장소가 아니라 대표 중의 대표, 여행의 정수를 압축한 곳이라는 말이 너무도 쉽게 이해됐다.
천문산만 보고 돌아간다 해도 여행 하나가 완성될 만큼—
그야말로 ‘이미지 자체로 압도하는 산’이었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지를 매우 조용하고 단호하게 알려주는 산.
“자연 앞에서 까불지 마라”는 메시지가 바람처럼 귓가를 스친다고 해야 할까.
천문산은 풍경이 아니라 존재감으로 사람을 흔든다.

4. 천문산은 도착의 감동만큼이나, 오르는 과정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는 산이었다

천문산의 정점은 정상에서 느끼는 감동이지만, 그 감동을 ‘결정적으로’ 완성하는 건 올라가는 내내 마주치는 수많은 절경이다.
버스가 산길을 돌 때마다, 에스컬레이터가 또 하나의 높이를 넘을 때마다,
나는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새로운 감탄을 매번 뺏겼다.
이 산은 정상에 닿기도 전에 이미 여행자의 마음을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고 다시 흔든다.
버스 안에서 생긴 묘한 동지애, 중국 아주머니들과 나눴던 짧고 따뜻한 교감,
그리고 느리고 긴 에스컬레이터가 만들어낸 ‘강제로 마주하는 자연의 속도’까지.
이 모든 시간이 천문산의 일부였고, 그 자체로 작품이었다.
천문산은 예쁜 산이 아니다.
압도하는 산이다.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산이다.
그리고 절경이라는 단어마저 겸손하게 만드는 산이다.
장가계의 수많은 명소를 두고도 결국 사람들은 천문산을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이 산은, 자연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건네는 가장 직접적이고 조용한 경고음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