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의 하루는 평범한 시간으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낯선 골목을 돌면 뜻밖의 색깔이 펼쳐지고,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 한 줄이 하루 전체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그날 나는, ‘평생 잊지 못할 박수 소리’를 기억하게 되었다.
🛝 수로 위를 미끄러지다 – 아이들과 나란히 선 용기의 줄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곳은 분명히 빗물이나 하수가 흐르는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였다.
우리나라였다면 접근조차 못하게 막았을 그런 공간이
이곳에선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놀이터였다.
나는 우연히 그 광경을 마주하고 멍하니 바라보다,
어느 순간 아이들의 틈에 끼어 줄을 서고 있었다.
포대자루 하나씩 손에 들고, 미끄럼틀 앞에서 설레는 얼굴들 사이로
나는 유일한 어른이자, 외국인이었다.
그런 나를 향해 아이들이 박수를 쳐주기 시작했다.
내가 미끄러지는 순간까지, 작은 손바닥들이 만들어내는 박수 소리는
마치 ‘너는 여기 있어도 돼’라는 말 같았다.
겁을 먹은 내 눈빛에,
“괜찮아!” “할 수 있어!” “가자!”
작은 목소리들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나는 결국,
그 콘크리트 수로 위를 날듯이 내려왔다.
머릿속은 텅 비었고, 손은 차가웠고, 심장은 뛰고 있었다.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은 또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다시 수로를 타기 위해 달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흐릿하지만,
나를 응원했던 그 박수 소리만큼은 지금도 또렷하다.
🙏 “멕시코의 성모상은 검은 성모상인 걸 아시나요?”

— 바실리카 데 과달루페에서 만난 영원의 미소
그날 오후, 나는 또 하나의 압도적인 장소를 찾았다.
바실리카 데 과달루페(Basílica de Guadalupe).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순례자가 방문하는 이 성지는,
그 장엄함보다도 더 놀라운 상징 하나로 나를 멈춰 세웠다.
그것은 바로,

검은 피부를 한 성모 마리아상.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하얀 얼굴의 마리아상과 달리,
멕시코의 성모는 갈색 피부를 하고 있다.
‘과달루페의 성모’로 불리는 이 성모는
1531년, 인디오 청년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되었다고 전해지며,
그 모습 그대로 성당 안에 전시되어 있다.
성당 내부는 경건함을 넘어서 ‘숨이 막힐 정도의 공기’였다.
스스로를 종교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조차,
그 앞에 서자 그저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수백 명이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었고,
성모상이 있는 곳을 향해 컨베이어 벨트처럼 사람들을 천천히 이동시켰다.
그 검은 성모는 말했다.
“당신의 색깔이 무엇이든, 나는 당신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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